[传媒 : ]    제주 문화인물 탐방-성범영 원장 2014.06.06

   <제주 문화인물 탐방>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 원장

 

    “분재(盆栽)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가면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분재처럼 보이는 정원이 있다. 이름도 다소 철학적인 ‘생각하는 정원(思索之苑)’이다. 옛 이름은 귀에 익은 ‘분재예술원’이다.

     40년간 이 정원을 가꿔온 성범영(成範永‧69) 원장. 성 원장이 나무와 돌과 함께 살아온 그 세월은 진정 형극(荊棘)의 날들이었다. 정원 공사 중 8차례나 큰 부상을 입었고 4차례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그의 몸은 성한 데가 없다. 손 마디마디는 딱딱하게 굳었고 너덜너덜한 모자와 낡은 갈옷(감즙으로 염색한 제주도 민속의상)은 땀에 절어 있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들을 밑거름으로 30여 만㎡에 100여 종의 교목(喬木)과 2000여 종의 아름다운 분재를 가꿨다. 이 제주섬 위에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아름다운 정원을 일궈낸 것이다.

    성 원장은 말한다. “생각하는 정원의 테마는 평화입니다. 세상의 풍파에서 벗어나 고요와 사색의 정원으로 들어오세요.” 성 원장이 가꾼 분재 작품들을 감상하노라면 압축된 자연미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고요(靜)와 평온(安)을 느낄 수 있다. 한 순간 시간의 흐름이 멎은 듯 미적 충격도 느끼게 된다. 

    ‘생각하는 정원’은 집념의 장인 정신과 예술적 혼의 결합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성과물이다. 성 원장은 “분재는 생명체를 다루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도 했다. 인간의 의지를 더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분재 또한 예술이라 하겠다.

    1968년부터 제주도 서쪽 중산간 돌무더기 황무지를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 물도 전기도 없는 버려진 땅에 자그마한 농장과 정원을 꾸며 보겠다고 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당시 전국적으로 새마을운동이 활기를 띠었고 성 원장은 이곳을 제주도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했다.
     돌밭을 갈고 일구는 성 원장을 당시 주민들은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저 두루외! 낭이 밥 멕여주나(저 미친놈! 나무가 밥 먹여주나).” 하지만 묵묵히 농장을 만들고 가축을 키우는 그의 고집스런 노력에 주위 사람들은 감명받게 됐고 결국 농장 일도 거들게 됐다고 한다.

     1995년 방문한 중국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한국 제주도의 한 농부가 정부 지원도 없이 개척해서 이뤄놓은 것을 모두들 한 번씩 가서 보고 배우라.”고 말했다. 장 주석 방문 후에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광객도 늘었으나 1997년 IMF 한파로 이곳도 경매 위기까지 넘겨야 했다. 98년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찾았고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이를 인연으로 양조우(揚州) 양파분경박물관(揚派盆景博物館)과는 우호원으로, 상하이(上海) 백불원(百佛園)과는 형제원의 협약을 맺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방문한 세계의 명사들은 두루 헤아릴 수 없다. 2006년 6월에 방문한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E. 스컬리교수는 “클린턴 대통령이 꼭 이곳을 와보았으면 좋겠다.”며 “자연과 인생과 철학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 정원의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천국의 한 조각을 이곳에 만들어내신 것에 축하를 드린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세계 유명인사 뿐만 아니라 정원 전문가, 조경학 교수, 분재 전문가, 생물학자, 식물학자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곳을 찾아오기도 한다. 보면 또 오고 싶다고 말하던 주한 교황청 대사는 4차례나 방문했고, 주한 프랑스 대사 부부도 4차례 다녀갔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鄭京和) 씨는 이 정원을 돌아보고 “세계 곳곳을 다녀봤지만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이라며 어린아이처럼 성 원장을 포옹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무는 목질 가운데 속 부분이 약하고 껍질 부분이 강합니다. 그래서 큰 나무는 속이 텅 비어 있기 쉽지요. 나무가 속을 썩여야 넓어지는 것처럼 사람도 속을 썩힌 다음 마음이 넓어지는 건 아닐까요?”
     성 원장은 지난날들의 어려웠던 기억을 삭이며 이미 큰 나무가 된 자신을 느낀다. 
     성 원장은 “제주의 햇살이 있었기에 나와 분재가 뿌리내리고 살게 됐다."며 “높고 푸른 하늘, 초록의 산과 들, 그리고 제주의 바람이 지금의 ‘생각하는 정원'을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나무를  키우는 것은 사람의 인격을 연마하는 것과 같다.”는 성 원장은 “분재는 엄격한 규율을 세워 아이를 키우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정원의 생명들이 저절로 꽃피고 열매 맺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이 새순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맺기 위해 몇 계절 미리 앞서 준비한다는 것이다. 해서 부지런하지 않은 자는 정원을 지킬 수 없다고도 말했다.
 
    키가 40㎝도 되지 않는 30년 된 배나무가 보통 배와 꼭 같은 크기의 배를 열매 맺은 모습과 70년 된 모과나무에 달린 모과, 200년 된 향나무, 500년 된 주목이 마디마디 춤추는 듯 비튼 모습을 방문객들은 경이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성 원장은 아직도 이 정원이 완성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30년,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면서 생각하고, 이 나무들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겠다는 집념이다. 

    성 원장은 치목(治木), 치석(治石), 치수(治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정원을 구성하는 분재와 정원수는 그의 손에 의해 다듬어지고 배치되면서 예술작품으로 태어나고, 손으로 직접 쌓은 돌담과 정원석은 인공과 자연의 오묘함을 보여준다. ‘생각하는 정원’은 정원수와 정원석으로 제주의 자연적인 멋과 특징을 가지면서 독창적인 설계에 의해 ‘예술정원’을 이룩해냈다.
    “하늘, 땅, 햇빛, 바람, 비, 이웃, 제주도, 조국 이것들이 내 작업에 힘이 되었습니다. 한 농부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항상 제주도 전통 갈옷을 입는 손마디 굵은 성범영 원장. 새로운 계획을 늘 이야기하는 그를 주위 사람들은 ‘꿈동이’라 부른다. ‘생각하는 정원’은 그 꿈동이 농부가 실현한 너무나 벅찬 꿈과 현실이다.
    한택수 기자 htspoet@hanmail.net (시인. 前뉴시스통신 제주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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