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일보 ] 제주의 '생각하는 정원'과 성범영 선생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2018.10.04


제주일보에 기재된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강호철 교수의 조경전문가 관점에서 본 생각하는 정원에 대한 칼럼입니다.

http://www.jejuilb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5892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물원’이란 수식어가 따르지요.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재정원(Spirited Garden)을 꼽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제주의 ‘생각하는 정원’을 지목하고 싶습니다.

이미 국내외에 널리 소개되어 알려진 자랑스러운 두 곳의 공통점은 한 개인의 땀과 열정으로 이룩한 ‘자연과 함께하는 대지 예술품’이라 표현할 수 있겠지요.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인 밀러 박사(1979년 한국 귀화, 2002년 작고)가 평생 동안 조성하여 대한민국에 남기고 간 선물이고, 제주의 ‘생각하는 정원’은 성범영 선생이 낮선 타향의 야산 불모지를 개간하여 일군 분재를 테마로 한 명품 정원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분은 학교에서 꽃이나 나무를 전공하거나 배워 본 적이 없답니다. 오직 자연에 대한 깊고 각별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확고한 신념으로 전문가들도 이룩하기 벅찬 결과를 완성하였습니다.

제가 성범영 선생을 알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됩니다. 일간지에 소개된 기사 덕분이지요. 이후 제주에서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는데 이미 4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은 한결 같아 작업복 차림에 쉼 없이 움직이고 생각하며 나무와 정원을 돌보며 땀 흘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분야든 10년을 한 곳에 몰두하면 새로운 경지가 보인다지요. ‘생각하는 정원’은 50년 가까이 외길을 고집하며 버텨온 한 인간의 승리 현장입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정원은 땀과 혼이 녹아 결정시킨 사리(舍利)나 다름없지요. 그는 오직 제주의 자연만을 상대하고 고집하며 뜰을 조성하고 가꾸는데 집착해온 우직하다 못해 미련한 사람 같습니다.

선생님은 제주 화산토에서 자란 무와 녹차를 유별나게 좋아하지요. 그래서 담백하고 소박한 성품인가 봅니다. 또한 가식 없이 소탈하며 큰 배움이 없어도 누구보다 지혜롭고 해박합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소통하며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지요. 저가 그를 존경하고 따르며 닮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답니다.

‘생각하는 정원’은 국내에서는 다소 소외된 느낌마저 들지만, 분재와 분경예술의 종주국인 중국이나 일본의 동호인과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찾으며, 큰 관심과 가치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이곳 정원을 직접 방문한 소감을 인민대회에서 언급한 일화는 유명하지요. 평범한 농부의 열정으로 버려진 황무지를 일구어 세상에서 으뜸가는 명원을 만듦에 큰 감동을 받은 것입니다.

모든 인민들이 불굴의 개척정신과 투지로 가득한 성범영 선생의 지혜로움과 정신을 배우고 본받아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라’는 요지의 주문을 하였다지요. 일개 농부가 정부 지원없이 혼자서 세계적인 정원을 만들었다. 많이들 가서 개척정신을 배워라. 이후 중국 공산당 수뇌부 실세와 정치인을 비롯한 언론인과 학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제주도를 찾게 됩니다. 이는 한국 외교사에 큰 사건임에 틀림없지요. 한 개인의 열정으로 탄생한 정원이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국가를 긍정적으로 홍보한 사례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일등 홍보대사나 다름없지요.

그는 분재에 대한 특출한 기술과 탁월한 미적 감각을 스스로 터득하고 익혔다지요. 대지와 공간을 다루는 안목이 남다릅니다. 그는 분재 작품들을 나열해 보여주는 단순한 전시장에 만족하지 않지요. 제주 특유의 자연환경과 풍광을 최대한 활용한 정원을 거닐면서 자연과 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이 뜰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풍토와 환경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읽고 그를 바탕으로 꾸몄습니다. 이 정원에 소요된 대부분의 소재와 공간 요소들은 모두가 제주다움으로 귀결되지요. 그래서 정원은 더욱 건실하고 따뜻한 사랑을 받게 되나 봅니다. 그는 분명 이 시대 비주류에 머무는 걸출한 환경 애호가이자 조형예술가 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국내의 분재나 원예, 정원이나 조경 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은 ‘생각하는 정원’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아쉽게도 적은 듯합니다. 오히려 애써 외면하는 경우도 엿볼 수 있지요.

관련 학자들의 생각과 판단은 이해가 갑니다. 결과보다는 이론적 논리와 체계 그리고 절차와 이행 과정(Process)을 우선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학습 방식과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계획 단계에서는 부지가 갖는 환경적, 사회적, 기타 제반 여건과 잠재력을 도출하여 기본이 되는 큰 밑그림을 만들게 되지요.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기본설계와 구체적 실시설계 과정을 통하여 도면화가 이루어집니다. 시공과 관리는 그 다음 단계에서 전문성을 가진 업체나 개인이 맡게 되지요. 그러나 이 정원은 한 개인의 생각과 의지로 계획에서 설계, 시공, 관리로 이어지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세스를 중요시 하는 전문영역의 시각에서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절차와 접근 방식상의 모순으로 생각하고 평가할 수 있답니다.

생각하는 정원은 이미 완성되어 큰 인기를 누리며 호평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정원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각별한 관심과 평가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더 오랜 시일이 흐르면 정원의 유명세나 인기도 중요하지만, 공익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도에 대한 부분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필자는 30년 가까이 ‘세계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라는 주제를 품고 세계적 선진도시들을 두루 살피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도시를 답사하다 보면 다양한 정원을 만나게 되지요. 이들 두 나라의 정원에는 분재를 활용한 사례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제주의 ‘생각하는 정원’과 비교하면 카메라에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답니다.

성범영 선생께서 일생에 걸쳐 조성하여 다듬고 관리해 온 ‘생각하는 정원’은 그의 분신과 같은 존재이지요. 이 정원은 대한민국의 보배로운 자산이며 자존심으로 평가 받고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국내 전문가들의 깊은 관심과 참여를 통하여 보다 깊고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재평가되어 관련 후학들에게 연구와 학습 대상은 물론, 우리의 분재예술과 정원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첨병으로 기여해 주길 기대합니다.

-강호철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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